러, 자국 핵무기 시설 사찰 잠정중단 통보…미국과 '기싸움'
[앵커]
미국과 러시아는 12년전 핵 전력 증강을 억제하는 틀을 마련해 약속을 지켜오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돌연 이 협정에 따른 핵무기 시설 사찰을 거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어깃장을 놓는 러시아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러시아는 자국 핵무기 시설 대상 사찰을 잠정 중단한다고 미국에 통보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찰을 재개하겠다는 미국의 주장 탓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자신들이 미국 내에서 사찰할 권리를 뺏고 미국 측에만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는 주장.
관련 문제들이 해결되는 대로 이번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완전한 사찰이 다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핵무기 시설 사찰은 지난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 '뉴스타트'에 따른 것으로,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이 골자입니다.
협정은 당초 지난해 2월 만료였지만 당사자간 합의시 5년 연장한다는 부가 조항에 따라 2026년 2월까지로 갱신됐습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경색된 데가 중국이 빠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실효성 논란 속에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입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뉴스타트'를 재편하자고 제안했고, 러시아는 이에 호응하면서도 미국측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회담 재개와 관련해 어떠한 요청도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참여 여부는 중국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 입장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발표 역시 이같은 '기싸움'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직까지는 러시아가 기존 협정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간 일방적 행보와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추세를 고려하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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