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있었는데”…의족 환자 돕다 탈출 못 한 간호사

2022-08-06 1



[앵커]
환자 네 명과 간호사 한 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화재 사건 후속 보도 이어갑니다.

간호사 현은경 씨가 어쩌다 목숨을 잃었는지 좀 더 자세한 정황이 나왔는데,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고인은 쉽게 대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환자를 내버려두고 떠나지 않았습니다. 

환자의 ‘의족’을 채워주다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김용성 기자입니다.

[기자]
환한 웃음을 띈 채 자녀들과 함께 서 있는 여성.

어제 이천 건물 화재로 숨진 간호사 고 현은경씨입니다.

지난달 군대에서 외박을 나온 아들과 함께 놀러 가 찍은 사진이 마지막 추억이 됐습니다.

신장 투석을 하던 환자들과 달리 현씨는 젊고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족을 찬 투석 환자를 지키려다 결국 숨졌습니다.

[고 현은경 씨 유족]
"병실 출입문 쪽 가까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의족을 끼워주다가…"

사랑하는 엄마를, 아내를 잃은 가족들은 빈소를 지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환자를 두고 나가지 않은 현씨가 자랑스럽지만 지금은 너무나 보고 싶을 뿐입니다.

[장재호 / 고 현은경 씨 남편]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줄걸. 나는 너 없이 못 사니까 나 죽거든… 그게 그냥 빈말이 돼버렸어"

희생자들 빈소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안전 점검을 더 철저히 이행해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김대기 /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님의 심심한 사의를 전하고 특히 우리 현은경 간호사님 같은 경우는 진짜 살신성인 의인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서 일단 감사도 드리고 또 위로 드리고"

대한간호협회가 연 온라인 추모관엔 6백 건 넘는 추모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불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근로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당시 스크린골프장 철거작업을 하던 이들은 불꽃을 이용한 도구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불이 처음 발생한 스크린골프장 1호실에선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천장에서 불꽃과 연기가 쏟아지는 걸 보고 불을 끄려다 여의치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모레 2차 현장감식을 벌입니다.

채널A 뉴스 김용성입니다

영상취재: 한일웅
영상편집: 오영롱


김용성 기자 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