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이혼은 거부하면서도 정작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면,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혼인을 계속하려는 의사를 인정하려면 그동안의 말과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30대 남편 A 씨는 2010년 3월, 30대 부인 B 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같은 해 12월 딸을 낳았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을 겪다가 2016년 집을 나가 이혼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A 씨에게 혼인 파탄의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는 3년 뒤 다시 이혼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여전히 이혼할 의사가 없다는 부인 B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했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유지 의사를 인정하려면 말과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혼 소송이 무위로 돌아간 뒤에도 두 사람은 별거 생활을 이어갔는데, A 씨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에서 딸을 키우는 B 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했고, 아파트 담보대출금도 갚아왔지만 B 씨는 이혼을 거부할 뿐, 진정 혼인을 유지할 말과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이현복 / 대법원 재판연구관 : 혼인 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는 소송 전후의 모든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만 대법원은 유책 배우자의 무분별한 이혼 청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했습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해 보호의 필요성이 크거나, 이혼하면 각종 사회보장급여 등을 못 받는 경우엔 이혼 청구 허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혼인의 유지가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 영향과 파탄된 혼인 유지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대법 전원합의체는 2015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도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으면 이혼을 허용하는 등의 예외사유를 뒀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YTN 한동오 (hdo8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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