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권고안이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는데요.
경찰 내부는 지휘부가 제대로 된 항의 없이 백기를 든 모양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황윤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창룡 / 경찰청장 :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경찰의 강한 반발에도 행정안전부가 경찰 지휘 조직을 신설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권고안을 공식 수용하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결국 사의 표명했습니다.
임기를 불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입니다.
김 청장은 행안부 자문위 논의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경찰 동료의 염원에도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다만, 현행 경찰법 체계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만들어졌다면서, 변화를 위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 : 새로이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습니다.]
김 청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주말 통화에서 권고안 수용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각자 의견을 얘기한 거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 : 신중한 검토와 폭넓은 여론 수렴 등 어떤 과정을 거쳐서 (권고안 수용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장관님은 또 장관님의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김 청장의 사의 발표 직후, 경찰 내부는 다시 들끓었습니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결국 행안부의 권고안이 옥상옥과 다를 바 없다면서, 조용하게 사의를 발표한 김 청장에게도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경찰관도 김 청장의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에 기대했지만, 결국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실망감을 느낀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선 김 청장 사의와 관계없이 권고안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YTN 황윤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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