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정부 도움도 받지 못하고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창신동 모자 사건 전해드렸습니다.
숨진 아들이 구청에 애타게 도움을 요청했던 기록을 채널A가 입수했습니다.
가스는 끊기고 세탁기는 얼어붙었다는 절절한 내용입니다.
먼저 서주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어머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던 50대 아들.
아들은 지난해 12월 29일 종로구청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시 상담을 기록한 '초기상담내역'입니다.
어머니의 기초 노령 연금이 수입의 전부일 뿐, 소득활동 없이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스가 끊긴지는 3년 이상 되었고, 전기도 끊길 수 있다고도 털어놨습니다.
세탁기가 얼어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상세히 토로합니다.
구청에 전화를 걸었던 날 서울의 체감기온은 영하 6도.
서울에선 싸락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가스가 끊겨 난방도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들은 구청과의 전화상담 다음날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습니다.
이 때 작성한 '지출실태조사표'에도 궁핍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달 동안 식품비로 6만원을 쓰고 있다고 적었고, 소득내역이나 추가로 지원받는 내역은 공란으로 남겼습니다.
주민들은 모자가 외상으로 쌀을 사먹었는데, 어느 순간 방문이 끊겼다고 기억합니다.
[인근 쌀가게 주인(지난달 22일)]
"장부 보니까 12월 10일인가 돼 있으니까….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그 생각을 했었어요."
경찰은 1차 부검 결과, 지난 3월쯤 아들이 부정맥으로 먼저 숨졌고, 어머니가 뒤이어 심근경색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주희입니다.
영상취재 : 한효준
영상편집 : 이태희
서주희 기자 juicy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