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70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도 양구 산불.
낙엽과 쓰레기를 태우다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불이 처음 시작하는 순간이 담긴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강경모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나무들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현장음]
"빨리 신고해. 어우 어떡하냐."
강한 바람을 탄 화마는 순식간에 온 산을 뒤덮었습니다.
줄에 묶여 어쩔줄 모르는 강아지를 주인이 허겁지겁 달려가 간신히 구해냅니다.
[최초 목격자]
"불의 기세가 1분 1초, 2초 사이에 (강아지) 코앞까지 온 거에요. 아차하면 타 죽었을 거에요. 지금도 청심환을 먹어도 안 가라앉아, 이 심장 자체가 너무 놀라서…"
이곳에서 시작된 불은 양구읍과 국토정중앙면 임야를 집어 삼켰습니다.
주민들이 소화전을 이용해 밤새도록 물을 뿌리며 삶의 터전을 지킨 마을도 있습니다.
[황우남 / 양구 전원마을 주민]
"이건 완전히 불폭탄 같아요. 저 능선에 불길이 올라갈 때는 무서웠어요. 마을 주변 뒷산 밑, 주택으로 해서 물을 뿌리고 충분하게 적셔주고…"
불은 70년 사찰도 위협했습니다.
[강경모 기자]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진 불은 인근 사찰 턱 밑까지 내려왔습니다."
[성담 / 봉안사 스님]
"3m 근방까지 치솟았으니까 열기로 대웅전에 옮겨붙을 수가 있거든요. 불길이 내려와 대피할 상황이었는데 소방관들이 안 계셨으면 도망가야지."
이번 산불은 자영업을 하는 50대 남성이 낙엽과 쓰레기를 태우다가 시작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담배꽁초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울진 산불에 이어, 이번에도 또 어이없는 인재가 산림을 태웠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변은민
강경모 기자 kk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