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7년여 만에 다시 도쿄에서 관객과 만났습니다.
우익세력 등의 협박과 방해 속에도 전시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도쿄에서 이경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담담한 표정의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한 여성이 눈물짓습니다.
소녀의 옆자리에 앉아 사람들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떠올립니다.
[오오무로 에미 / 관람객 : 소녀상이 상징하는 사람들 옆에 앉으니 진부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부로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7년 만에 도쿄에 다시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뿐 아니라 강제동원 희생자 위령비를 주제로 한 설치 작품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개최 예정이던 전시는 우익 세력 등의 협박과 방해로 10개월 연기된 끝에 열렸습니다.
전시를 허가해 주는 공공시설을 찾고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과 변호사들의 지원을 얻어 이뤄진 성과입니다.
[이와사키 사다아키 /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 공동 실행위원장 : 작품을 볼 기회를 강제적으로 빼앗는 일이 통용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습니다.]
지난해 나고야에서는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배송돼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됐고, 입장객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는 등 엄격한 보안 규칙이 적용됐습니다.
행사장 앞에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방해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그 반대편에는 전시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올해 일본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오카모토 유카 /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 공동 실행위원장 : 지난해 전시가 중단된 나고야는 당시 못한 나흘간의 전시를 다시 열기 위해 이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외 다른 2개 지역에서도 전시 개최를 위한 실행위원회가 새로 결성됐습니다.]
한편 지난해 여름 전시를 열지 말라며 협박 메일을 보낸 용의자는 약식 기소돼 벌금 처분을 받았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습니다.
도쿄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YTN 이경아 (ka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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