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타 버린 송이 버섯 서식지가 이번 세대에는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고 망연자실 합니다.
재해 현장에서 절도 사건까지 벌어져,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전민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집은 노란 철제지붕만 빼고 모두 타버렸습니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한 전종구 씨는 산불이 번지기 전 겨우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도 채 챙기지 못했습니다.
[전종구 / 경북 울진군 북면]
"한 달치 받은 약도 다 타고. 옷도 가재도구 하나도 못 챙겨왔어요. 몸만 빠져나와서. 완전히 거지 다 돼서."
이웃 마을에 사는 반태인 씨.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50년 공들여 가꿨던 산속 송이 서식지가 잿더미가 된 게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산불 피해를 입으면 앞으로 30년은 송이 구경을 할 수 없습니다.
[반태인 / 경북 울진군 북면]
"송이 다 탔죠. 완전 전멸이야. 송이는 타버리면 30년 이상 안나요. 다른 거 해야죠. 송이는 끝나버렸지. 우리 세대에서는 끝나버렸죠."
상상도 못할 일을 겪은 주민도 있습니다.
삼대동안 지켜왔던 집을 화마로 잃은 남용구씨, 설상가상으로 대피소에 가 있는 동안 누군가 집에 있던 공구를 훔쳐갔습니다.
[남용구 / 경북 울진군 북면]
"공사장에서 많이 쓰는 드릴 세 개 있었거든. 없네, 여기. 총 500만 원 가까이 된다고. 참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그런지 모르겠네."
실제로 경북 울진 일대에서 자원봉사자 행세를 하며 빈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려 한 40대 여성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화마에, 빈집털이까지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 마음은 마냥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민영입니다.
영상취재 : 강철규
영상편집 : 변은민
전민영 기자 pencak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