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6배로 늘렸지만…대비 시기 놓친 ‘진퇴양난’

2021-11-26 4



아파도 병상이 부족해서 제 때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죠.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경제정책산업부 황규락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Q. 황 기자,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되어가요. 계속 병상 부족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부는 그동안 준비를 안 했던 건가요?

=방역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확진자가 5000명까지는 늘 것이라고 예상하고 의료체계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때도 병상 대란을 겪으면서 중환자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죠.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177개였던 중환자 병상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습니다.

3월에 700여 개, 7월에는 800여 개, 지금은 1135개까지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말보다 6배 넘게 병상을 늘린 겁니다.

Q. 준비는 했는데 왜 지금 병상이 부족한 겁니까?

=간단히 말해서, 정부 예측보다 훨씬 많이 위중증 환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전체 확진자 중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을 중증화율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증화율이 지난 9월 1.53%였습니다. 그런데 10월 2.05%로 올랐고, 지금은 2.6% 정도로 추산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확진자 천 명 중 중환자가 15명이 생기다가 지금은 26명으로 늘어난 겁니다.

현재 위중증 환자 10명 중 8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고요. 이렇게 고령층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는 일상 회복이 시작되기 전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었는데, 이정도로 늘어날 줄은 예측을 못한겁니다.

Q. 고령층 확진자가 늘어나는 신호가 있었다면, 위드코로나 시작 전에 얼른 추가접종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추가 접종 시기를 더 당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줄곳 이야기하던 겁니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만 보면요. 지난 10월 25일 276명에서 30일 607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일상 회복을 앞두고 방역이 느슨해진 면도 있지만, 고령층 백신 효과가 감소한 영향도 큰데요. 정부는 이 신호를 눈치채지 못한채 일상회복을 시작했습니다.

취재해보면 당국자들도 백신 효과가 4개월 밖에 안 갈지는 몰랐다면서 당황하는 기색도 보였습니다.

Q. 이제라도 얼른 병상을 더 늘릴 수 있는 건가요?

=결론만 말하면 어렵습니다. 방역 당국도 지금까지 확보한 중환자실 1135개가 현재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국에 1만개 정도의 중환자실이 있고, 그 중 10% 정도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중환자 병상을 더 늘릴 수는 있지만, 그러면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줄어들어 중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정부는 그럼 어떡하겠다는 거에요? 총력 대응 말은 하는데요.

=정부는 "일상회복을 되돌릴 수 있다", "비상계획을 발동할 정도로 급박하다"고 말은 하지만 경고의 의미가 강하고, 이렇다할 특단의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게 사적모임 인원 제한 같은 거리두기식 방역 조치지만, 이건 힘듭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눈에 보이기 때문인데요. 김부겸 총리도 간담회에서 "되돌아간다는 건 말이 그렇지 쉽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요. 공통적으로 "앞으로 3, 4주가 고비다"라고 합니다. 고령층 추가 접종 효과가 나타나려면 다음 달 말 정도가 돼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때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그저 이 시간을 잘 버티는 것 밖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경제정책산업부 황규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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