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낙엽 빛깔과는 다르게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산중.
그곳에서 굳은 표정으로 깊은 구덩이를 파는 남자. 수상한 느낌에 가까이 다가가보는데...
남자가 파묻으려는 건 산짐승의 사체!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윤택에게 매서운 눈초리로 신분증을 요구하는 이 남자.
자연인 정기수(61) 씨다. 산에 데리고 다니는 개가 너구리를 물어 죽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묻어주고 있었다는데...
다소 강렬했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따뜻한 마음씨의 자연인. 반전은 그뿐만이 아니다.
산골 베테랑 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산에 입성한 지 고작 1년 차. 그는 올해 1월, 산골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조선소에서의 마지막 1년을 자신을 위한 자금 마련으로 삼고, 평소 바람대로 산골에 정착한 자연인.
설렘만 가득할 줄 알았던 산골생활은 사실 녹록치 않다.
복령을 캐겠다며 땅속을 찌르다 애먼 두더지를 잡기도 하고, 수박을 크게 키우겠다며 박 줄기를 접붙였다가 엉뚱하게 수박은 죽고 커다란 박만 열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