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해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라는 법원 명령이 처음 나오면서 한일관계가 더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당사자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매각 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원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강제노역한 한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법원은 피해자 배상을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압류명령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이에 따라 대전지방법원은 어제(27일) 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과 특허권 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강제노역 피해와 관련해 법원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한국 법원의 매각명령에 불복하는 즉시항고 절차를 밟고, 일본 정부와도 협력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법원의 이번 매각 명령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일관계 전면에 내세우면서 양국 간 다른 분야 협력은 물론 고위급 소통 자체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한국이 개최할 차례였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일본 정부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 방한 대가로 한국 정부의 '현금화 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올해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합의했던 정상 간 약식회담을 일본이 현장에서 무산시키고 이후 스가 총리가 퇴임 절차를 밟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매각 명령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지만 내일(29일)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일본 정부의 대응 수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음 달 4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누가 차기 일본 총리가 되든 현금화 문제는 한일관계에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원배입니다.
YTN 김원배 (wb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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