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았던 소설가 한강이 오랜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소설가 한강이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은 제주 4.3 사건이 배경입니다.
제주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서정적으로 그렸습니다.
잡지사 기자였던 주인공이 제주도에 사는 친구 어머니를 만나 4.3사건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시적인 감수성과 담담한 문장, 역사적 사실에 대한 꼼꼼한 조사 등 한강 특유의 섬세함이 녹아 있습니다.
[한강 / 소설가 : (이 소설을 쓰면서) 저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이 소설을 쓰는 게 물론 고통도 있었지만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저를 구해준 경험이었어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전작 '소년이 온다'가 고통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가 자신도 작품을 통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강지희 / 문학평론가 : 아주 시적인 역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간으로서 상실하지 말아야 할 절대적인 것이 있고 그것이 어떤 고요한 사랑의 빛이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아픔과 상처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인 '흰'이나 '희랍어 시간' 첫 장편 '검은 사슴'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한강은 이번에도 일관된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신형철 / 문학평론가 : (한강 작가의 일관된 두 가지 키워드는) '폭력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주제가 역사적 차원으로 확대된 작업이 5월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 하고 제주 4.3을 다룬 이번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많지만 소설가 한강 특유의 감수성과 필치로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YTN 김선희입니다.
YTN 김선희 (sun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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