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공항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우리 외교관이고 또 한 사람은 아프간 현지 한국 대사관 직원입니다.
우리 외교관은 카타르로 철수하면서 이 직원에게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요.
그 약속은 기적처럼 지켜졌습니다.
김윤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미라클 작전에 투입된 우리 당국자가 카불부터 경유지인 이슬라마바드까지 모습을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 가운데 현지인과 감격적인 포옹을 하는 남성.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입니다.
탈레반이 갑작스럽게 카불을 점령한 지난 17일 김 참사관은 최태호 대사와 함께 카타르로 철수했습니다.
[최태호 / 주아프간대사(지난 18일)]
"가방 안에 필수적인 물품만 넣어가지고 오느라 양복은 못 챙겼습니다."
김 참사관은 함께 카불을 떠나지 못하는 대사관 현지 직원들에게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5일 뒤, 카불공항에 김 참사관은 다시 나타났습니다.
아프간인들을 비밀리에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서입니다.
[A 씨 / 입국 아프간인(지난 25일)]
"저희를 공항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밤낮으로 애써주셨습니다. 카불에 계신 한국 팀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김 참사관은 외교부 동료들에게 "경황없이 카불을 떠났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제일 기뻤다"고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김 참사관은 10여년 전 아프간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방 재건팀으로 활동하며 현지 직원들과 호흡을 맞췄고, 지난해 8월 다시 아프간에 부임했습니다.
이번 탈출 행렬에서 다시 마주친 현지 직원에게 "10년 만에 다시보니 아이가 벌써 셋이네요"라며 친근한 인사도 건네며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김 참사관을 따르던 현지 직원들은 안전하게 카불공항의 활주로를 떠났습니다.
채널A뉴스 김윤수입니다.
영상편집 : 이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