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쓰고 “反 탈레반”…시위대 향해 총 쏜 탈레반

2021-08-20 6



대통령도 도망가고 군대도 항복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엔 아직 탈레반의 맞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히잡을 쓴 채 시위대를 지휘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지 숙연해집니다.

한수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히잡을 쓴 머리 뒤로 아프간 국기를 두른 채 앞장서서 시위를 이끄는 한 여성.

[현장음]
"아프가니스탄, 만세! (국기는 우리의 정체성!)"

수도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전역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겁니다.

아프간 국기를 들고 줄줄이 행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탈레반은 총을 쏘며 강제 진압했고 최소 7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시위 참가자]
"30발을 쏴도, 날 죽여도 된다! 이 국기를 위해 내 목숨도 바칠 수 있다!"

이번 시위는 탈레반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동북부 판지시르 주에서 저항 중인 임시정부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프간의 전설적인 전쟁 영웅인 아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은 "아프간이 테러 본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탈레반에 대한 저항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카불 국제공항 근처에선 여전히 탈레반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소녀]
"총격이 엄청났어요. 심지어 여기서 제가 총알도 발견해서 아빠가 던져버렸어요."

불안한 하루 하루를 견딜 수 없다며 한 부모는 날카로운 철조망 너머 미군에게 아기를 넘기기까지 합니다.

탈레반 점령 후 미군의 도움으로 탈출한 이들은 약 7천여 명.

그러나 여전히 수만 명의 사람들이 카불을 떠나기 위해 오늘도 목숨 건 탈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한수아입니다.

sooah72@donga.com

영상편집: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