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길바닥 앉아 한끼…"마땅히 쉴 데 없어"
[앵커]
코로나 확산에 각종 복지시설이 최소한의 운영보다는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분위기인데요.
이렇다 보니 마땅히 시간을 보낼 곳 없는 어르신들은 찜통더위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기자]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낮 시간대 탑골 공원.
어르신들이 간격을 두고 길게 줄을 섰습니다.
코로나로 운영을 멈춘 급식소가 늘어나자 이곳으로 노인과 노숙인들이 몰린 것입니다.
"노숙하는 분들이나 쪽방에 있는 분들이죠. 이분들은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굶는 게 더 무섭다고 말씀을 하시죠."
공원은 폐쇄되고, 지하철역 등도 취식이 금지된 상황.
어르신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바닥에 앉아 한 끼 식사를 때웁니다.
"30~40분 정도 걸려야 여기 오는데 그냥 밥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시간 보내다 가는 거죠."
그늘진 곳을 찾아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찜통 같은 더위를 모두 떨쳐낼 수는 없습니다.
수도권에 들이닥친 감염 확산세에 마땅히 쉴 곳도 찾기 어렵습니다.
"(집에) 에어컨도 없고 전기세가 들어가니까, 지금 노인정도 문 닫고 어디 있을 데가 없어. 나무 그늘 밑에서 이렇게 앉아있다가 밤 되면 돌아가고…"
탑골공원 근처에 있는 경로당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로 이용돼왔는데요.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이렇게 임시 휴관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에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과 복지관, 관공서 등 시설은 모두 3,700여 곳.
이 중 2,400여 곳은 문을 닫았습니다.
나머지 시설도 오후 시간대로 단축 운영하는 등 정상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다음 주 40도가 넘는 불볕더위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로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의 고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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