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대규모 폭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이어지면서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게차와 손수레에 상자를 가득 실은 사람들이 서둘러 달아납니다.
채 뜯지도 않은 상자에는 LG로고가 선명합니다.
폭도로 변한 남아공 시민들은 더반 도심의 LG전자 공장을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놓았습니다.
삼성전자 가전 매장과 물류센터도 순식간에 털렸습니다.
약탈과 방화는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등 도심 곳곳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조이스 민시 / 상점 주인]
"아이들 학비를 지원하려 했는데, 이번 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기 와 보니 이미 우산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도심에선 총격전까지 벌어지며 지금까지 10명이 숨졌다고 외신은 보도했습니다.
교민들의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다수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위험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인섭 / 케이프타운 거주]
"이른 새벽부터 모든 택시가 올스톱 된 상태고, 택시 강도와 무장 강도가 합세해 경찰·군인과 대치하고 총격전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 조사를 거부하다가 15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자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과 경제난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최근 4단계 봉쇄령을 2주 연장했습니다.
[이미숙 / 케이프타운 거주]
"1년 전부터 생계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막막했을 텐데, 배고픈 사람들이 끝까지 견디다 못해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적 220만 명, 아프리카 1위 확진국인 남아공.
정치적 갈등과 생활고 속에 발생한 시위로 무법천지로 변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채리입니다.
seochaeri@donga.com
영상편집: 최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