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괴한 총에 숨진 ‘바나나맨’ 대통령…용의자 4명 사살

2021-07-08 1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아이티에서 대통령이 사저에서 총격을 당해 숨졌습니다.

용의자들은 붙잡혔지만, 아이티는 혼돈 상황입니다.

서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둠 속 영어를 쓰는 남성의 경고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현장음]
"모두 물러서! DEA(미국 마약단속국) 명령이다!"

아이티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무장 괴한들이 주위를 살피더니 잠시 뒤 총성이 들립니다.

[현장음]
(탕! 탕탕!)

새벽시간 괴한들의 총격에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숨지고 부인 마르틴 여사는 미국 마이애미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 중 4명을 사살하고 2명을 붙잡았습니다.

당국은 마약단속 요원 행세한 용의자들이 아이티 공용어도 쓰지 않았다며 고도로 훈련된 용병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 60%가 빈곤층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극심한 혼란과 함께 권력 공백 상태에 빠졌습니다.

[클로드 조제프 / 아이티 총리]
"임시 각료 회의 의장 자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바나나 수출업자 출신으로 빈곤 탈출과 개혁을 내걸고 2015년 대선에서 승리한 모이즈 대통령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1년 뒤 다시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경제 상황 악화와 5년 임기 만료 시점을 놓고 극한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정권을 전복시킬 계획을 세웠다는 혐의로 야권 인사 2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조브넬 모이즈 / 아이티 대통령(지난 2월)]
"대통령은 아무런 힘도 없는데,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국제사회는 대통령 암살을 일제히 규탄하면서 아이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서채리입니다.

seochaeri@donga.com
영상편집: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