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전 길거리에서 오빠의 손을 놓친 뒤 고아가 됐던 60대 여성이 극적으로 가족과 재회했습니다.
이들이 만날 수 있었던 건, 경찰의 유전자 분석제도 덕분이었습니다.
김대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사]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
76살 정형곤 씨가 긴장 가득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62년 전 실종돼 찾을 길이 없던 10살 터울 여동생을 만나는 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여동생이 들어오고 어색함도 잠시, 참아왔던 그리움의 크기만큼 가족들 모두 부둥켜안고 눈물을 터뜨립니다.
오빠 눈엔 헤어졌을 당시 네 살배기 여동생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정형곤 / 인천 남구 :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작은 오빠를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는 어려서….) 그렇지 아주 어렸지 그럼.]
여동생 66살 진명숙 씨는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 시장 인근에서 아버지를 보러 둘째 오빠와 함께 가다가 손을 놓쳐 홀로 길을 잃게 됐습니다.
자신의 이름도 잘 모르던 네 살배기는 그렇게 길을 헤매다 보육원을 거쳐 충남의 한 수녀님에게 입양됐습니다.
[진명숙 / 경기 군포시 : 얼마나 길거리에서 울고 다녔나 그렇게 생각을 했더니 제가 그때 마음이 아파서요. 엄청나게 울어서요. 그날 하루 종일 울어서 그냥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어요.]
성인이 된 뒤 백방으로 가족을 찾아 헤맸지만 실패했고, 2년 전 겨울,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경찰을 찾아가 유전자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가족을 찾겠다던 실낱같던 희망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유전자 대조로 캐나다에 살고 있던 둘째 오빠와 여전히 인천에 사는 첫째 오빠를 모두 찾게 된 겁니다.
[임희진 / 경찰청 실종정책계장 : 저희가 실종 신고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접수된 내용을 일일이 좀 많이 찾았어요. 그래서 실종 경위라든지 발생한 지역이라든지 발생 일시 같은 것이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를 계속 추적해보다 보니까….]
지난 2004년부터 유전자 분석제도를 도입·운영해온 경찰은 매년 30명 이상이 헤어진 가족의 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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