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9명은 모두 54번 시내버스 승객이었습니다.
건물 잔해가 버스 뒤를 덮치면서, 사망자 9명은 뒷좌석에서, 중상자 8명은 앞좌석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버스를 탔던 부녀의 삶과 죽음도 앉은 자리가 갈랐습니다.
엄마 병문안 가던 길이었습니다.
전민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무너진 건물 더미에 파묻힌 54번 시내버스.
원래 형체를 짐작하기 힘들 만큼 크게 부서졌습니다
버스 뒤쪽의 파손이 특히 심합니다.
사고 당시 이 버스에 탔던 부녀 승객의 생사도 여기서 갈렸습니다.
[30대 여성 사망자 유족]
"아버지는 앞쪽에 내리는 문 앞쪽에 앉았고 얘(딸)는 내리는 문 뒤에 앉았고."
60대 아버지는 중상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고, 딸은 숨을 거뒀습니다.
숨진 딸은 아버지와 함께 암수술을 받은 모친의 병문안을 가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아직 딸의 사망 소식을 부친에게 알리지 못했습니다.
소방당국은 가로수가 버스 앞쪽에 가해지는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버스 매몰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좀 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 9명은 모두 뒷좌석에서 나왔고, 중상자 8명은 앞좌석에 있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았다 숨진 60대 여성은 큰 아들 생일에 변을 당했습니다.
아들 생일상을 차려놓고 일 하러 나선 길이 마지막이 됐습니다.
[60대 사망자 유족]
"어머니가 형님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밥 차려놨다고 먹으라고. 시장 들렀다가 장 보고 그 버스를 타고 오시는 바람에."
유일한 10대 사망자는 고교 2학년생입니다.
등교일이 아닌데 동아리 후배를 도우러 학교에 갔다가 귀가하는 길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철거업체의 붕괴 전 대처를 성토하고 나섰습니다.
[60대 사망자 유족]
"이상한 낌새를 느껴서 다 피했다면서 20분 정도 된다는데 그때 교통만 정리해주셨으면."
유족들의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은 오직 하나.
[유족]
"내 새끼 살려줘, 내 새끼 살려줘, 예쁜 내 새끼."
채널A 뉴스 전민영입니다.
pencake@donga.com
영상취재 : 정승환
영상편집 : 차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