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언론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괴롭혔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던 국회의원들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징계도 요구했습니다.
이민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252일 만에 처음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성추행 피해자.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돌아갈 곳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 했습니다.
"저를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은 신원 노출을 우려해 피해자에 대한 촬영이나 녹음은 불허됐습니다.
피해자는 지속적인 2차 가해의 괴로움도 호소하며 회견 도중 여러 차례 울먹였습니다.
[피해자 성명서(대독)]
"그 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많다"며 "피해호소인이라 부른 국회의원들이 직접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달라"고 박 후보에게 요구했습니다.
박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인 남인순, 진선미 의원과 대변인인 고민정 의원 등을 언급한 걸로 보입니다.
이들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도 요구했습니다
피해자는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 내용도 일부 공개됐습니다.
[서혜진 / 피해자 측 변호사]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보낸 성희롱성 메시지와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도 모두 조사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용서할 의사가 있지만, 죄와 잘못이 드러나는 게 먼저라고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이민준입니다.
2minjun@donga.com.
영상취재 : 정기섭
영상편집 : 강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