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원 들인 돼지열병 저지 광역울타리 포기
[앵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광역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환경부가 앞으로 광역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애초부터 성공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기자]
울타리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처져 있습니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설치한 광역울타리입니다.
이렇게 설치한 울타리 길이는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 1,200km에 달합니다.
관련 예산만 1,000억 원 가까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사람의 통행을 위해 중간중간 구멍을 크게 뚫어 놓다 보니 멧돼지의 이동을 막지 못했습니다.
강원지역에서는 광역울타리 설치 이후에도 ASF 바이러스가 강릉과 영월까지 퍼져나갔습니다.
환경부도 충청북도 근처까지 바이러스가 확산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광역울타리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밑으로 확산되고 나서 보니까 더 이상은 치기 어렵다 이렇게 얘기가 되고 있는 것이지 울타리가 아예 필요가 없었다고 하기에는 어렵죠."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었다며 혀를 찹니다.
북한에서 ASF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휴전선도 넘은 멧돼지를 울타리로 막으려고 한 게 비논리적이라는 겁니다.
더욱이 허술하게 친 울타리 안에서 총기 포획까지 진행하면서 놀란 멧돼지들이 달아나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합니다.
"오염원이 어떤 요소를 통해서든 오염되지 않은 쪽으로 건너지 못하게 막는다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야지 울타리를 쳐놨으니까 돼지는 못 들어와 그럼 안전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ASF가 사람과 동물을 통해서도 퍼져나갈 수 있는 만큼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농가 방역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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