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첫 인정…기준은 진실성
[앵커]
국내에서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비폭력 신념'으로 인한 병역 거부가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반대로 이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아 유죄가 확정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선고가 나온 것인지 윤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린 시절 군의 민간인 학살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A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끔찍한 잘못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A씨는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군 생활은 마쳤지만, 양심을 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2016년부터 2년 동안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예비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병역거부 사유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이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의 신념을 병역 거부 사례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 등을 거부한 경우에도 병역법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씨가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음에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 조사와 재판을 받는 등 어려움을 감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개인적 신념이 병역 거부 이유로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똑같이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신념의 진실성'을 판단해 유죄를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권위주의적 문화와 인권침해 등을 병역 거부 이유로 삼은 B씨와 집회에 참가하던 중 경찰관을 폭행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는 C씨의 경우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양심이 얼마나 진실한지를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둔 만큼, 당사자들의 전과·병역거부 시도 등 과거 행적의 일관성도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solem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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