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혀 절단 사건’에 검찰은 ’정당방위’ 인정
재판부 "시대적 가치 달라졌지만 뒤집을 수 없어"
50여 년 전 성추행 가해 남성의 혀를 절단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말자 할머니의 재심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지난해 부산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과 비교되는데, 재판부는 성별 간 평등이 부족했던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차상은 기자입니다.
[기자]
최말자 할머니가 10대 소녀였던 지난 1964년.
최 할머니는 집 근처에서 20대 남성 A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는 A 씨에게 저항하던 최 할머니는 혀를 깨물어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혀가 절단돼 중상해죄로 기소된 최 할머니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 56년 만인 지난해 재심을 청구한 최 할머니.
하지만 법원은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혀 절단에 따른 언어장애는 중상해죄에 해당한다는 당시 판결을 인정하며 그보다 가벼운 상해죄로 봐야 한다는 최 할머니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 할머니는 당시 검찰이 자신을 불법 구금하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반세기 전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해 직무상 범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당시 법원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임순 / 부산여성의전화 사무국장 : 인권단체와 연대해서 피해자와 함께 항고할 의사를 분명히 가지고 준비할 예정입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지난해 부산 황령산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건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기소한 검찰 처분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최 할머니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는 결정문 마지막에 아쉬운 심경을 적었습니다.
재판부는 "지금처럼 성별 간 평등이 주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면, 최 할머니를 감옥에 보내지도, 가해자로 낙인찍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YTN 차상은[chas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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