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부의 폭력 문제, 얼마나 심각한지 취재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문화 스포츠부 이현용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1] 온통 학교 폭력 이야기예요. 그런데 왜 유독 프로 여자배구에서 학폭 폭로가 이어지는 걸까요?
[답변1] 여자배구 시청률을 보면요, 최고 인기 스포츠로 생각되는 프로야구보다 높습니다. '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주축인 흥국생명의 인기가 많이 반영되기도 했고요, 이처럼 여자배구 선수들이 특급스타로 떠오르고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피해자들에겐 예전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2] 말씀하신 것처럼 큰 인기를 누리던 여자배구 프로구단도 발칵 뒤집혔겠죠? 구단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높던데요?
[답변2] 흥국생명은 어제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는데요. 두 선수의 연봉도 지급을 끊었습니다. 이재영 선수가 6억 원, 이다영 선수 4억 원이었는데 구단 측은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영구 퇴출이 아닌 기한 없는 출전 정지는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시키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팬들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질문3] 학교 운동부에서, 그것도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 문제 여자배구만의 문제가 아니죠?
[답변3] 네 워낙 사례가 많습니다만 저희는 3년 전 돌연 은퇴한 한 국가대표와 통화를 했습니다. 은퇴 이유가 중학교 육상부 시절 지독한 폭행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기 때문인데요. 이 선수의 말을 함께 들어보시죠.
[A씨 / 전직 국가대표 선수]
"어린 시절에 선배들한테 그렇게 폭행을 많이 당하고 피멍이 많이 들었고 그래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고… 평생 하던 운동을 은퇴하게 됐습니다."
[질문4] 학교 폭력 가해자가 흔히 말하는 에이스가 많다는 것도 공통점이잖아요? 단순히 힘이 약해서 당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답변4] 지난해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서 보듯, 일종의 권력형 폭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팀 내 이른바 '에이스' 선수들과 선배들의 폭력을 지도자가 묵인하는 겁니다. 성적을 우선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겁니다.
[질문5] 학교 폭력을 당하면 신고 해서 바로잡으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어렵다는 거죠?
[답변5]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요.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경우 신체적, 성적 폭력을 당했을 때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경우는 겨우 20% 정도로, 81.8%였던 일반 학생들의 경우와 큰 차이가 났습니다.
지난 2019년 말 광주의 한 중학교 야구부에서는 한 선수가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자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도자는 부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이를 조사하고, 화해를 종용하려다 선수들로부터 거부를 당했다는 겁니다. 학부모가 이듬해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학교 측에 주의를 권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렇듯 학생 선수들이 잘잘못을 떠나 자칫 '선수생명에 지장을 줄까' 우려해 폭력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질문6] 학교 운동부도 운동부지만 결국 프로구단이 학교 폭력 근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요.
[답변6] 네, 지난해 8월 프로야구 NC구단은 학교 폭력 논란이 된 김유성 선수의 신인 지명을 철회해 사흘 만에 입단이 취소되기도 했는데요. 현재 학교 폭력 이력이 담긴 생활기록부는 어느 프로단체도 열람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프로 입단 때 생활기록부 제출을 의무화할 수도 있을 텐데, 어쨌든 프로 선수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신호를 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학교 폭력은 프로 선수의 꿈도 접게 한다는 강한 경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현용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