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꾸겠다는 정인이에게 한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 전 인천에서 친 엄마의 학대로 숨진 8살 여자아이는, 혼외 관계에 있던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아이처럼 사각지대에서 그림자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 숫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현수 기자가 실제 사례자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인천에서 학대로 사망한 8살 여아는 서류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혼인 외 자녀는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 때문에 8년 동안 그림자처럼 살다 떠난 겁니다.
미혼부 자녀인 일곱 살 정모 군.
입학통지서를 받을 나이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학교에 갈 수 없습니다.
유치원도 가길 포기하고 홀로 장난감 더미 안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정모 군(7세)]
"하얀 자동차가 삐뽀삐뽀~"
유전자 검사로 친자임을 증명했지만, 법원은 출생신고를 거부했습니다.
[정모 씨 / 친부]
"엄마는 어디갔느냐, 엄마가 없습니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찾아와라…"
[정모 씨 / 친부]
"그냥 내 새끼로 태어나게 한 게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착잡하죠.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미숙아로 태어난 4살 송모 양.
송 양이 아프면 아버지 마음은 무너집니다.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2천 원이면 될 병원비가 5만 원을 넘기 일쑤입니다.
[송모 씨]
"응급실에서 안 받아주니 찬물을 끼얹어 몸에 안고 있었어요. 이렇게, 열식히게.
2015년부터 미혼부 자녀가 출생신고 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열렸지만, '친모의 신상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엄격한 조항이 적용됩니다.
출생증명서에 친모 이름이 나와있으면 미혼부 아이는 여전히 신고를 거부당합니다.
실제 법 시행 이후 5년간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690건 가운데 129건이 기각됐습니다.
출생 신고를 처음부터 포기한 경우까지 생각하면 주민번호 없는 미혼부 아이 숫자는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김지환 /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
"'모 만이 출생신고 할 수 있다'고 제한 둔 것을 '모 또는 부가 할 수 있다'고 세 글자만 추가해주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안 갈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이 신고하는 출생통보제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친모가 원치 않으면 병원 밖의 출산만 늘어난다는 지적입니다.
채널A뉴스 이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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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기열
영상편집 : 이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