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못 막고 산양 가둔 울타리...애먼 야생동물 수난 / YTN

2021-02-07 1

접경 지역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ASF를 차단하기 위해 철제 울타리를 이중, 삼중 설치했는데요.

정작 바이러스는 막지 못했는데 애먼 야생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강원도 양구 산간 도로.

갈 곳 잃은 산양 한 마리가 도로 위를 서성입니다.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지만, 철제 그물 울타리를 들이받고 멈춰 서길 반복합니다.

지난달 강원도 인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도로로 내려온 산양이 가드레일과 ASF 울타리 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박광용 / 산양 촬영 제보자 : 돼지 열병 때문에 차단하기는 했지만, 동물들이 이동 경로가 막혀서 안타까운 마음에 제보하게 됐어요.]

울타리에 길 잃은 산양이 개에 물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람이 있었지만 역시 울타리에 가로막혀 소리치는 게 전부였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설치한 광역 철제 울타리.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960억 원을 들여 접경지역에 이중 삼중으로 무려 1,200km에 달하는 구간에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뿐만 아니라 토끼와 고라니 등 다른 야생동물부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까지 이 울타리에 가로막혀 이동을 못 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울타리 설치로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도로 한쪽에만 설치해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체군을 고립시킨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옵니다.

[조영석 /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 : 근친(교배)을 피하려고 멀리 분산을 해요. 최소한 수컷이라도. 분산을 못 하게 막히게 되니까 근친 교배를 하게 되면 그런 유전병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 문제들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게 큰 문제가 되죠.]

환경부는 ASF 차단을 위해선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 방법으로서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게 그런 부분을 해야 하는데….]

접경지역과 거리가 먼 강원 남동부 지역까지 ASF 바이러스가 퍼지며 광역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지는 상황.

애먼 야생 동물만 수난을 겪으며 애물단지로 남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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