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 사법부 ‘내홍’

2021-02-04 20



(앵커) "사법부가 어쩌다"라는 한숨이 나오는 상황, 사회부 정현우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Q. 먼저, 헌정 사상 최초로 판사가 탄핵 됐는데, 임성근 부장판사 대체 뭘 잘못했습니까?

임성근 부장판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을 지냈습니다.

형사 사건을 재판부에 배당하고 근무평가를 하는 등 사법행정 관리직인데요.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 사유도 이 자리에 있을 때 재판에 관여했다는 겁니다.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보도 관련 재판입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는데요.

임 부장판사가 담당 판사에게 판결 방향을 제시하고 내용을 수정케 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탄핵 사유가 된 겁니다.

Q. 임 판사는 탄핵 날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 파일을 공개해서 사법부가 발칵 뒤집혔는데요. 지난해 5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네, 당시 임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연루자로 지목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데다 건강도 악화돼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의를 밝혔는데,

당시 임 판사가 녹음한 대화 내용이 오늘 공개된 겁니다.

들어보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적 없다, 어제 이렇게 해명했는데 정반대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명수 / 대법원장 (지난해 5월)]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오늘 그냥 (사표)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마침 이 발언 2시간 전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알려졌는데요.

당시 퇴임을 앞둔 조희대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겁니다.

이 자리엔 문재인 대통령도 있었는데,

김 대법원장의 발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내용이 충격적인데, 후배인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을 독대하면서 녹음을 했다는 것도 충격적이긴 해요.

법조계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당시 임 판사는 43분 분량의 대화를 녹음했고,

오늘 언론에 93초 분량의 음성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임 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녹음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과 면담 내용을 부장판사가 녹음하는 상황이

현재 우리 사법부 내의 신뢰가 무너진 걸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 논란의 핵심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요. 이건 논란이 아니라 명백히 거짓말을 한 거죠?

네. 오늘 오후 "송구하다"며 사실상 인정을 했고요.

조금 전 퇴근길엔 탄핵 소추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가 이뤄졌습니다.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지난해에는 탄핵 논의 때문에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안타깝다고 하는 건

일관성도 떨어지고, 상황에 따라 다른 논리를 편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사법부 수장의 처신으로 보기에도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최근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면

사흘 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임 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어제 오전 임 판사가 지난해 사표를 냈지만 탄핵 등을 언급하며 김명수 원장이 반려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죠.

바로 김 대법원장이 대법원을 통해 부인했는데,

3시간 만에 임 판사가 반박에 나섰고 오늘 아침 녹음 파일까지 공개한 겁니다.

Q. 지금 야당에선 김 대법원장이 정권 눈치를 봤다고 공격하잖아요. 대법원장 어떤 사람입니까?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데요.

과거 역대 대법원장이 거쳤던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심의관 근무 이력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 정권과 성향이 맞아서 대법원장에 발탁됐고,

그래서 여권의 판사 탄핵 논의를 의식한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옵니다.

Q. 정 기자가 판사들 이야기 들어봤죠? 뭐라고 합니까?

단체로 성명이나 입장을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공통적인 반응은 이유를 막론하고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을 한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임 판사의 사의를 반려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Q. 이제 앞으로 임 판사나 대법원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임 판사는 탄핵 소추가 됐기 때문에 즉시 직무가 정지됐고요.

국회에서 소추안을 전달받은 헌법재판소가 검토에 착수하게 됩니다.

각하시킬지, 본안심리에 들어갈 지는 기록 검토가 끝나봐야 아는데요.

이달 말로 끝나는 임 판사 임기 전에 헌재의 결론이 나오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시민단체에 고발까지 당했고요.

야당도 고발부터 탄핵까지 다양한 대응 방안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사법부의 권위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하루였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정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