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2심 때와 뭐가 달라진 걸까요?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 구입비 등 50억 원을 뇌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이 부분에서 갈렸습니다.
실형을 피하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도 만들고, 자녀에게 경영권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지만,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8년 2월 2심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할 당시 뇌물 인정액은 36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6개월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에선 무죄라고 봤던 정유라 씨 말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 50억 원도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겁니다.
결국 이 부회장의 뇌물 제공액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 때의 89억 원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강요 혐의가 무죄로 결론 난 것도 박 전 대통령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됐습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일 경우 집행유예를 고려할 수 있지만, 오늘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권고해 삼성이 도입한 준법감시제도 활동도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은 석달 뒤 대국민 사과도 했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5월)]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경영권 승계 목적의 불법 행위라는 비판을 의식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위험을 선제적으로 감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실효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다만 준법경영에 대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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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이승헌
영상편집 : 이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