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재판에서 재판부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해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당한 정신적 고통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탓이라는 피고인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당시 성추행으로 피해자가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전날 밤.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었던 정 모 씨는 동료들과 회식을 했습니다.
같은 비서실 소속 직원 A 씨도 함께했습니다.
정 씨는 이날, 술에 취한 A 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1심 선고에서 정 씨의 준강간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에 성폭행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일관된 진술 등을 보면 정 씨가 술에 취해 항거할 수 없었던 A 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언급됐습니다.
그간 정 씨는 A 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A 씨가 호소해온 정신적 고통은 자기 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 탓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담치료 내용 등을 보면 A 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A 씨가 그 이전부터 정 씨에 대한 배신감과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며 A 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 씨의 범행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A 씨 측은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재련 /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피고인 측이 무죄를 주장하는 거에 대해서 일침을 내려주셨다고 판단하고요.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해서는 고소를 했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잃게 되었는데 재판부에서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셨다는 게 피해자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거 같습니다.]
A 씨 측은 또, 피해자 신원 정보가 이미 인터넷 등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상황이라며, A 씨가 보통의 삶에 복귀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은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습니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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