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막은 전주 '얼굴 없는 천사'…21년째 온정
[앵커]
전북 전주에는 매년 이맘때면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20년 넘게 거액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지난해 발생한 '성금 도난 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얼굴 없는 천사'는 어김없이 다녀갔습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앵커]
세밑 한파가 시작된 29일 오전.
전북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삼마교회 옆에 얼굴 없는 천사 마을 간판이 있는데 옆쪽 골목길에 빨간 통이 있다. 그 뒤쪽에 보면 A4 박스로 된 걸 놓아놨으니…"
주민센터 직원들은 수화기 너머 남성이 말한 교회로 달려가 종이 상자를 찾았습니다.
상자 안에는 빨간색 돼지 저금통과 오만원권 지폐 뭉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코로나를 이겨내라"는 응원, 소년소녀가장을 향한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올해 성금은 모두 7천 12만 8천980원.
2000년부터 시작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1년째, 횟수로는 22번째입니다.
누적 성금은 7억 3천만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에는 성금 6천여만 원을 도둑맞았다가 되찾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당시 주민 신고로 30대 남성 2명이 붙잡혔고, 신고자도 신고포상금을 전액을 기부하는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코로나19와 '성금 도난 사건' 등으로 기부가 중단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는 기우가 됐습니다.
"이 돈을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더불어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꾸며나갈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감사 말씀을 드리고…"
얼굴 없는 천사의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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