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피해서…더 조용히 다녀간 전주 ‘얼굴 없는 천사’

2020-12-29 4



지난해 절도범들이 기부금을 훔쳐가는 사건도 있었죠.

20년 넘게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성금을 보내왔습니다.

도둑도 코로나도 고마운 선행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홍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돼지저금통을 가르자 동전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5만 원권 지폐 다발도 한가득 입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주민센터에 익명 기부를 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겁니다.

천사는 올해도 현금 7012만 원과 74글자 짧은 글을 남긴 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송병섭,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직원]
"발신 표시 제한 번호로 전화가 왔었고요. A4박스로 돈을 놨으니 가져갔으면 좋겠고,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1년째,

누적 기부금은 7억 3천만 원이 넘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해 천사의 성금을 노린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전주시는 주민센터 인근에 감시용 CCTV를 설치했고 경찰은 순찰을 강화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하며 천사의 전화를 기다렸고, 주민들도 천사의 선행 지키기에 앞장섰습니다.

천사도 사건을 의식한 듯 지난해까지 이용했던 공원 대신 인근 교회에 돈 상자를 놔뒀습니다.

[조정익 /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주민]
"지난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수상한 사람 있나 보러) 바깥에 한번 씩 자주 나왔어요. 해마다 오시니까 기분이 참 좋네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홍진우입니다.

jinu0322@donga.com
영상취재 : 정승환
영상편집 :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