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법원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30여 년 전 집에서 잠을 자던 중학생이 살해당한 이른바 이춘재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사람이죠.
윤성여 씨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 경찰에 이어서 법원까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먼저 이지운 기자가 오늘 법정 내부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박정제 / 수원지방법원 판사]
"피고인은 무죄."
재판장의 선고에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1989년 당시 경찰이 윤성여 씨를 불법으로 체포 감금했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억지 자백을 받아냈다는 겁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분석 등 증거에 여러 오류가 있었는데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건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8차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잘못된 판결로 윤 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습니다.
[박정제 / 수원지방법원 판사]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판결이 나온 뒤 경찰도 윤 씨에게 살인범이란 낙인을 찍은 과오를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역시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며 사과한 바 있습니다.
윤 씨 측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운 / 기자]
"이번 선고로 윤성여 씨는 31년 만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한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피해 사례로 남게됐습니다.
채널A 뉴스 이지운입니다."
easy@donga.com
영상취재: 이승헌
영상편집: 이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