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상 확보하려고..."재활 환자들 오늘까지 나가라" / YTN

2020-12-12 25

코로나 환자가 늘면 병실이 부족할 거란 경고는 지난 3월 1차 대유행 때 이미 겪었던 상황인데도 보건 당국은 시민들에게 거리 두기만을 강조하다가 뒤늦게 병실 확보에 나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급기야 한 공공병원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 100여 명에게 당장 오늘까지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통보해 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최재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뇌경색으로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지난달 입원한 70대 환자는 급히 짐을 쌌습니다.

코로나 병동을 만들어야 하니 나가달라고 병원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겁니다.

[김 모 씨 / 서울중앙보훈병원 입원 환자 보호자 : 뇌경색을 앓았는데 혈관성 치매가 왔었어요. 그래서 병동에 있다가 다리를 못 쓰고 누워있으니까 힘이 없잖아요. 아니 지금 퇴원해서 가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환자만 100여 명에 이릅니다.

고령 환자가 많은 재활 병동의 특성상 중증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데다 집으로 간다고 해도 세심한 치료가 어려워 보호자들은 난감하기만 합니다.

[서울 중앙보훈병원 입원 환자 보호자 : 집으로 모시고 온다고 해도 석션하고 이래야 하는 사람들은 대책도 없이 어떻게 나가라고 하느냐고 했더니, 중대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거라서 자기들은 힘이 없다고….]

정부의 병상 확보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입니다.

[병원 관계자 : (정부 통보는) 브리핑 끝나고 받았습니다. 국가적인 비상상황이라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환자분들께 전원 요청을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1차 대유행 직후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 전용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방역 당국이 뒤늦게 병실 확보에 나서면서 일부 공공병원은 기존 환자를 내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르렀습니다.

당장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 뒤 자택에서 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는 5백여 명에 이릅니다.

YTN 최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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