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이른바 '판사 문건'이 주목받고 있죠.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도 불법 사찰이다, 아니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무엇을 불법 사찰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치 않기 때문이죠.
사회부 정현우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1. 판사 문건을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앞서 법원에서도 판사 사찰 논란 때문에 홍역을 치른 바 있잖아요.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현직 판사 백여 명을 조사했는데요.
당시 적용한 혐의 중 하나가, 현직 판사에 대한 사찰이었고,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습니다.
법원 내부에선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며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했는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직결된 문제를 이번엔
사법부가 판단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불법 사찰이냐, 이게 가장 궁금한데요. 명확한 기준이 있나요?
우선 1998년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옛 국가보안사령부 사찰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당시 불법 사찰의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법령상 직무 범위를 벗어난 정보 수집,
평소 동향을 감시하려는 목적,
사생활에 대한 정보 수집,
미행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경우 등 4가지입니다.
2018년 판례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사찰했다가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위법한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지속적 혹은 예외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는지를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3. 언급된 기준들을 참고해서 짚어 보면 어떤가요.
판사 정보 문건을 만든 곳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입니다.
보통 범죄에 대한 첩보를 모으는 부서인데요.
법무부는 이미 재판에 넘긴 사건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건,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판사의 성향에 대한 정보가 원활한 재판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정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판사 분석 잘하라는 건 법학책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라며, 미국에선 대형 법률사이트만 봐도 판사의 학력과 경력은 물론, 사건 담당 변호사가 남긴 평까지 모두 공개돼 있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4. 정보 수집 방식은 어떤가요?
윤석열 총장과 대검은 도청이나 미행 같은 불법은 없었고, 법조인 데이터 베이스처럼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서 정리한 것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세평', 세간의 평가 부분에서 모 법관을 놓고 '특정 연도 물의 야기 법관'이란 표현을 쓴 게 문제가 됐습니다.
이 물의 야기 법관이란 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만든 명단인데요.
이 명단을 불법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윤 총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을 통해 알게 된 정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5. 법원 기준에선 계속 정보를 수집했다면 사찰이라고 봤잖아요. 이번 경우는 어떤가요?
대검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이 일회성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법무부는 문건에 '기보고 사항'이라고 적혀있는 만큼, 여러 번 만든 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습니다.
문건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갈리는 상황에서 모레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적 공방이 꽤 치열할 것 같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