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이춘재 “수사 제대로 했다면 용의자 됐을 것”

2020-11-02 6



수십년 동안 미해결 사건이었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난 이춘재가 첫 사건 34년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났습니다.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억울하게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의 재심 재판 증인으로 나온 것입니다.

법원에 취재기자 나가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이춘재가 범행을 인정하는 증언을 했나요?

[리포트]
네,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은 조금 전인 오후 6시쯤 마무리됐습니다.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에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춘재는 4시간 넘는 재판 동안 담담한 표정으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이춘재는 재심이 진행 중인 8차 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살인과 34건의 성범죄를 자백했는데요.

특히 자신이 범죄를 숨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게 아닌데, 살인을 14차례씩이나 저지르는 동안 잡히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찰이 불심 검문해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시계를 가지고 있던 것도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본인이 용의선상에 올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자신의 범행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교도소에서 봤다"며 영화 마지막에 배우 송강호가 화면을 정면으로 보는 장면도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선 이춘재의 자백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가 중점 심문 대상이었는데요.

이춘재는 자백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거나 기록을 보는 일 없이, 자기 기억에만 의존한 진술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춘재는 지난해 교도소에 경찰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억울한 옥살이를 20년 가까이 한 윤성여 씨에게도 사과했고, 윤 씨도 이춘재가 지금이라도 자백을 해 고맙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윤 씨의 재심 재판은 다음 달 중 선고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수원지방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asy@donga.com
영상취재: 조세권
영상편집: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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