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베테랑 투수 유희관이 8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랐습니다.
느린 공을 던지는 유희관은 절묘한 제구로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되살리면서 명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조성호 기자입니다.
[기자]
3회말 만루 위기,
유희관이 나지완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냅니다.
유희관은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5회까지 두 점만 내주며 승리를 챙겼습니다.
시즌 10승째, 지난 2013년부터 이어진 연속 기록을 8년으로 늘렸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강철과 정민철, 그리고 같은 팀 좌완 장원준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4번째 대기록입니다.
[유희관 / 두산베어스 투수 : '(위기 상황에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 무조건 막아주십시오.' 하늘에 대고 이런 저런 얘기도 했고요. 대선배님들, 대투수들과 같이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올 시즌만 2군을 세 차례나 오갔습니다.
특히, 8승을 채운 뒤 4패를 떠안고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기록도 물거품이 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화를 제물로 9승째를 챙겼고,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야 극적으로 퍼즐을 채웠습니다.
[유희관 / 두산베어스 투수 : 좋은 팀을 만났고,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또 좋은 감독님, 코치님을 만난 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고요.]
유희관의 직구는 평균 시속 130km가 채 되지 않습니다.
커브는 훨씬 더 느립니다.
[미국 ESPN 중계 : 와, 구속 49마일(77㎞/h)이 찍혔어요.]
하지만 두 공이 섞이면 쉽사리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됩니다.
정교한 제구와 특유의 완급 조절로 느린 공을 되레 무기로 만든 겁니다.
[유희관 / 두산베어스 투수 : 공 느린 투수들도 많기 때문에 저를 보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단점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기가 가진 장점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그걸 좀 더 살린다면….]
두산의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을 앞세워 단 한 명뿐인 10년 연속 10승 고지를 향해 도전을 이어갑니다.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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