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공·자동차 실패…이건희 회장 경영의 명과 암

2020-10-25 6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을 설득해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죠.

승부사 기질과 ‘초격차’전략으로 세계 1위 신화까지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달콤함만 있었던 건 아니죠.

자동차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 됐고. 특검으로 불명예 퇴진의 오점도 남겼습니다.

홍유라 기자가 명암을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97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사업성이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습니다.

"반도체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회 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삼성전자는 1986년 1메가D램을 생산하고, 2년 뒤인 1988년 11월 1일에는 계열사인 삼성반도체통신을 흡수하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습니다 .

1992년 마침내 고성능 컴퓨터에 사용되는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뤄냅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 삼성전자 회장(1993년 7월)]
"같은 넥타이 매고 있으니 변화를 못 느끼고 있어, 여러분이. 반도체가 어떻게 변해가고 세계 일류 기업의 기술력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고."

1993년 경기도 기흥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8인치 D램을 생산해내며,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게 됩니다.

이 회장은 훗날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계기로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서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때부터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잡았고,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D램 41.4% 낸드플래시 27.9%로 단연 1위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애호가였던 이 회장의 꿈이자 도전이었던 자동차 사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1999년 삼성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내고 사업을 포기했고, 2000년 르노에 인수됩니다.

이 회장은 2008년엔 불명예 퇴진하기도 합니다.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고,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 삼성전자 회장(2008년 4월)]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제가 끌어안고 가겠습니다."

이 회장이 삼성을 이끈 27년, 과감한 도전과 성공의 연속 뒤에는 뼈아픈 실패의 그림자도 있었습니다.

채널A 뉴스 홍유라입니다.
yura@donga.com

영상편집 : 손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