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시설 담보로 개인 대출…농촌 지원사업 '혈세 줄줄'
[앵커]
정부는 농촌 마을에 공용 시설이나 쉼터 등의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 해 사업비만 전체 1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혈세를 들여지어 놓고 안 쓰거나, 마치 자기 것처럼 쓰는 등 부실 운영이 줄줄이 드러났습니다.
이준흠 기자입니다.
[기자]
한 영농법인의 신청으로 국비 8억 3,000만원을 들인 마을 공동 축사입니다.
그런데 이 영농법인의 전직 대표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라고 만든 이 시설을 담보로 불법 개인 대출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이 적발할 때까지 정부는 물론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전 대표는) 부도나서 빚투성이이고 우리만 죽게 생겼잖아요. 시설을 철거하면 우리한테 구상권을 청구한다 그러더라고요."
지원금을 받은 또 다른 곳, 전남 함평의 누에 공장과 장류 단지를 가봤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풀만 무성합니다.
수억 원씩 세금을 들여 만든 시설이 폐허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 개발 사업 부실 운영으로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171곳이 적발됐습니다.
금액만 500억원이 넘습니다.
혈세가 허투루 쓰인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정부에 잘 조치했다고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충북 제천시는 시설을 '마을회에서 운영' 중이라고 보고했는데 여전히 먼지만 날리고 있었고, "운영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던 전남 함평군의 보고를 재확인해보니 시설을 개인 창고로 쓰고 있었습니다.
정부 역시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지적도 나왔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자체의 허위보고가 드러났습니다. 올해부터 지자체에 이 사업이 이양되는데, 농식품부는 부실 운영이 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부실한 관리 감독이 더 허술해지진 않을까, 혈세 낭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준흠입니다. (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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