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부인·아들과 작년 입국…극비 망명 후 대북 정보 협조

2020-10-07 5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북한 대사관입니다.

제가 유럽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지난해 1월3일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가 잠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시 현장 곳곳을 취재한 기억이 생생한데요.

조 대사대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며 대사를 추방하면서 사실상, 대사관 1인자였습니다.

그런데, 임기를 마치고 평양 복귀 직전, 그가 사라졌습니다.

가족과 베니스 여행을 떠나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말이죠.

[안토니오 라치 /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
"(만남 당시 조 대사대리가) ‘가족들이 임기 내내 대사관과 학교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면서 (이탈리아를) 보여주고 싶다. 그 다음주에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그의 도주에 미국 CIA가 관여했으며, 그가 미국행을 원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죠.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급물살을 타던 터라 미국도 그를 받아들이기엔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가 유럽 제3국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선에서 당시 제 취재는 일단락됐습니다.

그런데요. 그가 생존하고 있는 곳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에 와 있었다는 소식인데요.

워낙 고위급 인사라 남북 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됩니다.

먼저,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입국했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유주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18년 11월 로마 북한 대사관을 나와 돌연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은 "지난해 7월 자진해 한국에 왔고 수차례 한국에 오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8월 국정원은 조 전 대사대리 소재에 대해 함구했었는데

[이은재 / 전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지난해 8월)]
"이태리는 떠났고 신변은 어딘가에서 보호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고는 얘기 안 했고요."

이미 국내로 데려와 보호 중이었던 겁니다.

잠적 후 한국으로 오기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정보 소식통은 "추진하던 제3국 망명이 거부됐고 한국행을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서방 국가 한국 대사관에서 긴급 여권을 만든 뒤 부인, 아들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강경화 / 외교부 장관]
"외교부가 할 역할은 충분히 했습니다만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대사급 탈북은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대사의 미국 망명 이후 20여 년만으로 김정은 체제에서는 처음입니다.

조 전 대사대리는 국정원의 관리를 받으며 외부 노출 없이 대북 정보 분야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널A 뉴스 유주은입니다.

유주은기자 grace@donga.com
영상취재 : 한규성
영상편집 : 오영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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