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하얀 A4용지에 또박또박 쓴 글씨. 서해에서 피격당한 공무원의 고2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입니다.
늦둥이 여덟 살 여동생과 며칠 후에 돌아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한 아버지.
아들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할 정도로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이 높았던 아버지.
길가에서 모르는 할머니께 홍시를 내어드리던 마음이 따뜻한 아버지.
아들이라 간직하고 있을 아버지에 대한 생생한 기억들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편지에 배후가 있다는, 누가 대신 써준 것 같다는 악성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황망한 죽음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면 청와대로 가는 편지를 썼을까요.
이런 마음까지 조롱당해야 하는 피해자 가족이 안타깝습니다.
피격 공무원의 아들은 어떤 심정으로 대통령을 불렀는지 김민곤 기자가 유가족에게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숨진 공무원 이모 씨의 유족은 아들이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래진 / 피격 공무원의 형]
"아들이니까 아빠한테 쓴다는 마음으로 쓴 거죠. 마지막 편지를 손편지를 쓰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아들은 편지에서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썼습니다.
아버지를 잃게 만든 북한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래진]
"아빠를 무참하게 총칼로 죽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처음엔 그랬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들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래진]
"대견스러운 게 가장의 역할을 스스로 하려고 하는 그런 생각이 있는가 봐요. 엄마나 동생을 챙기려 하고…."
유족들에게 배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편지가 공개된 뒤 "형이 돈에 눈이 멀어 조카를 앞세운다"거나 "누군가 편지를 쓰라고 꼬드기지 않았겠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래진]
"초상집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는 거죠. 만약 자기의 부모 형제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을 때 과연 그렇게 표현하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악성 댓글과 관련해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 김민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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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준희
영상편집: 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