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살짝 부딪힌 남성이 부모님 유골함이 깨졌다고 해서 합의금을 줬는데, 알고보니 사기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사건 처리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배영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골목길을 달리던 차량이 종이가방을 들고 있는 검은 상복 차림의 남성과 부딪힙니다.
남성은 땅에 떨어진 사기그릇 조각들을 주워담습니다.
이후 운전자에게 사망진단서라고 적힌 서류봉투를 내밀고 차에 부딪혀 부모님 유골함이 깨졌다며 위로금을 요구합니다.
운전자는 미안한 마음에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건넸습니다.
[피해 운전자]
"정말 상 당하신 분 같았다니까요. 약간 울먹거렸어요. 유골함이라니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사고는 수습했지만 남성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은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운전자, 경찰에 사고를 신고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남성은 고의로 차량에 부딪힌 뒤 합의금을 받아 챙긴 상습 사기범이었습니다.
유골함이라고 했던 그릇은 깨진 상태로 갖고 나온 일반 사기 그릇이었고, 당연히 유골도 없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시내를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찾았고, 실리콘으로 자체 제작한 보호장치를 오른팔에 끼고 사전에 범행 연습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배영진 기자]
남성은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CCTV가 없는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범행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남성은 11차례에 걸쳐 1백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심재훈 / 부산 남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피해자들은 부모의 유골함을 깼다는 미안함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거 같고, 그다음에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서."
경찰은 상습사기 혐의로 남성을 구속했습니다.
채널A뉴스 배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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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현승
영상편집 : 방성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