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초소에서 한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동료 두 명을 죽이고 수류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로 알려진 사건이 있습니다.
이른바 '평일도 129초소 총기 난사 사건'인데요.
당시 군 수사기관이 축소·부실 수사·은폐를 통해 사건을 조작한 것이 31년 만에야 드러났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9년 12월 3일 밤, 전남 완도군 평일도 해안초소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울렸습니다.
당시 22살이던 유정우 상병을 포함해 군인 세 명이 숨졌습니다.
유일한 생존 병사는 유 모 씨였습니다.
유 씨는 유정우 상병이 분대장의 부대 운영에 항의하다가 총기를 난사해 동료들을 살해하고서 수류탄을 터뜨려 목숨을 끊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숨진 유 상병의 시신에 총상이 있었던 점, 총기 난사 과정에서 유 씨만 무사했던 점 등 때문에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이어졌습니다.
유가족의 진정을 받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한 결과, 군의 사건 조작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위원회는 유정우 상병이 아닌 생존자 유 씨를 피의자로 지목하는 총기 감정 결과를 당시 헌병대가 수사에서 누락시켰고, 유정우 상병 유가족에게 시신을 공개하지 않고 서둘러 매장하는 등 은폐하면서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탁경국 /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상임위원 : (사건 배경에) 부대 내 가혹 행위가 있었고, 부대의 단기 사병들을 지휘관들이 사적으로 동원한…. 언론보도에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서 사건을 종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는 사건입니다.]
위원회는 이처럼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청한 군 사망사건이 출범 뒤 지난 2년간 천6백여 건이고, 450건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군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223건은, 국방부와 경찰청, 법무부 등에 구제 요청을 권고했습니다.
위원회는 나머지 사건들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 9월까지가 특별법상 활동 기한이라며,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조사 활동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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