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수입차를 샀는데 출고 20분 만에 시동이 꺼지는 등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수리도 오래 걸려 교환이나 환불을 받고 싶지만 이마저 안 돼 더 답답합니다.
새 자동차가 계속 고장나면 교환·환불해주는 법도 있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데요.
주말&경제 황규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랜드로버 매장에서 1억 원 넘는 차량을 구입한 김모 씨.
출고된 차량 운전대를 잡은지 20분 만에
외곽순환도로 한복판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김모 씨 / 랜드로버 운전자]
"속도가 낮지 않았어요. 그래서 속도가 높아서 되게 무서웠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다시는 해당 차량을 타고 싶지 않았던 김 씨는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같은 결함이 두 번 이상 발생해야 교환 조건이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김모 씨 / 랜드로버 운전자]
"한 번 더 고장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목숨을 걸고 한 번 더 그걸…. 환불은 아니더라도 교환이라도 해줘야하지 않나."
5년 전 랜드로버 차량을 구입한 이제택 씨는
보증기간 3년간 시동 꺼짐이나 엔진 떨림 등으로 무려 19번이나 수리 센터를 오갔습니다.
[이제택 / 랜드로버 운전자]
"나가면서 그래요 나가면서. 차를 찾는 날, 나가면서 '소리가 또 나니까 또 납니다' 그러면 '오늘은 안 되고 또 예약을 잡아서 오시라' 하고."
[이제택 / 랜드로버 운전자]
"그럼 또 예약을 잡고 기다렸다고 차를 입고시키면 또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보증 기간이 끝나고 다시 시동꺼짐이 발생하자
업체 측은 엔진을 교환해야 한다며
3000만 원에 가까운 수리비를 요구했습니다.
[이제택 / 랜드로버 운전자]
"고쳐서 중고차로 팔아봐야 이 가격도 못받을 거고. 고칠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면 속이나 후련하게 차를 부셔버리는 게 맞죠."
운전자들 사이에선 랜드로버 차량 구입이 뽑기에 비유됩니다.
운이 좋아야 고장이 덜 나는 차를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황규락 기자]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차량을 구매한 뒤 고장이 반복될 경우
교환과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레몬법이 도입됐습니다.
신차를 구매한 뒤 중대 하자가 2회 이상 발생하는 등 조건이 갖춰지면
심사를 받아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도록 한 겁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레몬법이 도입된 뒤 하자 발생시 교환 및 환불이 보장된 서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레몬법 도입 후에도 교환 환불 판정을 받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점.
자동차 제작사들이 판정이 나기 전 소비자와 이면 합의를 해
결함이 있어도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결함 같은 경우는 다수의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결함들이 널리 알려지게 될 경우에는 리콜 조치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인데"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레몬법 적용 대상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많이 침해된다…"
소비자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제가 잘못한게 뭐가 있나. 그 비싼 차를 돈주고 산 건데. 이런 걸 왜 제가 겪어야 하나."
채널A 뉴스 황규락입니다.
황규락 기자 rocku@donga.com
영상취재 : 이기상 박연수 권재우
영상편집 : 최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