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질식시킨 민물 습격…남해 양식장 집단 폐사 속출

2020-08-13 1



폭우가 강 뿐만 아니라 바다도 덮쳤습니다.

집중호우로 많은 민물이 바다로 쏟아지며, 남해안 양식장 홍합과 굴이 집단 폐사했습니다.

생전 없었던 일을 겪은 어민들을 홍진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바다 속에 잠긴 줄을 끌어올리자 죽은 홍합이 끝없이 올라옵니다.

[홍진우]
"지금 한창 알이 차오를 시기지만 홍합 속은 텅 비었습니다."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조개인 종패마저 다 죽어 있습니다.

내년과 내후년 양식도 포기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민호/홍합 양식 어민]
"억울하기 이전에 분통이 터져서 분하다는 생각밖에 더 있겠습니까. 홍합 양식 역사상 이 일이 처음입니다."

굴 양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줄에 가득 매달린 굴을 까보니 알맹이 없이 텅텅 비었습니다.

[현장음]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다 죽어서 하나도 살아 있는 게 없습니다."

경남 남해안의 홍합과 굴, 미더덕 양식장 피해는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44억 원이 넘습니다.

[김금수/ 미더덕·오만둥이 양식 어민]
"이번에 이렇게 전면적으로 오만둥이·미더덕이 폐사가 되니까 정말 어떻게 살아야 될지 걱정이 됩니다."

폐사 원인은 바닷속 산소 부족이 꼽힙니다.

집중 호우로 민물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면서 바닷물 표면과 아래층 염분 농도가 달라졌고, 그 경계로 빈산소 수괴, 다시 말해 산소농도가 낮은 물 덩어리가 생성된 겁니다.

경남 진해만의 경우 이런 물 덩어리가 예년보다 2배 이상 커졌습니다.

[김영숙 /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진해만의 경우) 빈산소 수괴가 최고 20m 두께까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양식장 폐사에 대한 정부 지원금 제도가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거나 단가가 현실과 차이가 커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홍진우입니다.

jinu0322@donga.com
영상취재 : 김덕룡
영상편집 :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