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밭만 봐도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은 사정이 더합니다.
수년 간 공 들여 키운 인삼인데, 비를 맞아 썩기 직전이라 뽑아내야 합니다.
김태영 기자가 금산 농민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흙탕물 위로 검은색 비닐이 둥둥 떠다닙니다.
강물 같지만 인삼밭입니다.
지난 1일부터 180mm 넘는 비가 내린 데다,
주변 댐까지 방류하면서 금산 지역 인삼밭이 사흘째 잠겨 있는 겁니다.
처음보다는 물이 꽤 빠졌지만, 여전히 무릎 높이까지 차 있습니다.
"이번 비에 인삼밭 차양막은 날아가고 물에 잠긴 인삼은 제대로 크지 못 해 제 값을 받지 못 합니다."
2년 뒤에 캐야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썩기 때문에 뽑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김옥자 / 충남 금산군]
"5년근 때 (수확) 하는 건데 물이 차서 어쩔 수 없이 지금 수확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일꾼 구하기도 힘들어 인삼밭 복구를 포기한 농민도 있습니다.
[황인용 / 충남 금산군]
"앞에 있는 거 다 썩어갈 상황이에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봐야죠 캘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물이 완전히 빠진 인삼밭도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토질 조건을 맞추는데 3년,
인삼을 재배하는데 5년이 걸렸지만 건질 게 마땅치 않습니다.
[김남수 / 충남 금산군]
"이파리가 다 흙이 묻어 있잖아요. 생장 활동을 못 하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어요."
급한대로 소독약부터 뿌리지만 진흙 때문에 제대로 흡수도 안 됩니다.
[현장음]
"흙이 묻어서 흙이 안 떨어지니까 해도 시원치않네."
금산 인삼은 2년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될 만큼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에 축구장 280개를 합친 넓이의 인삼밭 200ha가 침수됐고, 밤 사이 50mm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도 우려됩니다.
채널A 뉴스 김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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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박영래
영상편집 : 장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