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피해가 온전히 ‘비가 너무 와서’ 자연 탓이기만 할까요.
혹시 사람 탓, 인재였던 부분은 없을까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는 열 곳에서 산사태가 줄을 이었습니다.
나무 베고 비탈을 깎을 때부터 이런 사고를 예견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800곳 넘는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더 큰 걱정입니다.
김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사태로 무너져내린 돌과 흙더미 사이로 철 기둥과 태양열 집광판이 보입니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에 시간당 52mm의 장대비가 쏟아진 다음날, 산비탈에 있었던 태양광 발전시설이 무너져내린 겁니다.
"태양광시설 옹벽이 무너지면서 소들이 있는 농장 바로 앞까지 진흙이 몰려왔습니다."
사람도 소도 다치진 않았지만 농장 주변으로 진흙과 부서진 구조물이 뒤엉켜 밀려왔습니다.
마을 배수로도 막혀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송상범 / 충남 천안시]
"빗물이 내려오니까 (토사가) 다 넘쳤어요. 밭으로 넘쳤어요. 이런 적이 처음이에요."
이번에 무너진 시설은 3년 전부터 발전을 시작했고, 지난 6월 산림청과 천안시청의 안전 점검도 통과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배수로도 토사가 이런 게 적출되거나 막힘 없이 잘 관리가 되고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시설 관리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이번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강원 철원에서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무너졌는데, 인근 주민들은 추가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 아예 다른 곳으로 피신했습니다.
[인근 주민]
"50분 만에 무너져서 위험해서 피신하고 나흘째 나가서 자고 있어요."
이번 장마와 폭우로 전국 1만2700개 태양광 발전시설 가운데 10개 시설이 무너졌습니다.
경북이 4곳으로 제일 많고, 충남과 전북 강원과 충북에서 발생했습니다.
주로 산비탈에 집광판이 설치된 곳들이었습니다.
경사지에 나무를 베어내고 시설을 설치하다보니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흙의 지탱력을 감소시키고 나무가 흡수하던 물을 땅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산사태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청은 전국 81개 시군구에 산사태 예보를 발령하고,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 802곳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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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박영래
영상편집 :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