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배수로 통과해 '헤엄 월북'…감시장비 포착하고도 속수무책
[뉴스리뷰]
[앵커]
탈북한 지 3년 만에 재월북한 25살 김 모 씨는 우리 군 경계망을 뚫고 한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군 자체 조사 결과 현장 부대 경계 태세와 시설물 관리에 큰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기자]
김 씨의 월북 통로가 된 강화 연미정 소초 인근 배수로입니다.
김 씨는 지난 18일 새벽 이 배수로를 통과한 뒤 한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김 씨가 왜소한 체격이어서 탈출이 가능했다는 군의 당초 설명과는 달리 배수로는 낡고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철골 등 내부 장애물들이 휘어지고 벌어진 채로 방치된 것입니다.
손쉽게 배수로를 빠져나간 김 씨의 이후 월북 장면은 우리 군 감시 장비에 수차례 포착됐습니다.
북한 개풍군 탄포 지역에 도착해 걸어가는 장면까지 포함해 모두 7차례 우리 군 감시장비에 찍혔는데, 현장 부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측 동향을 주로 살피는 전방 부대 특성상 김 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김 씨의 월북을 사전에 차단할 기회는 또 있었습니다.
김 씨가 택시에서 하차해 배수로로 이동하는 장면은 인근 위병소 CCTV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그런데 CCTV 감시병은 이 모든 장면을 놓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당시 깊은 밤이었기 때문에 초소 근무자가 택시 불빛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했는데, 마을 주민으로 오판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군은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군은 이번 상황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 가운데 물꼴, 배수로 등 경계 취약 요소에 대해 즉각 보강하고, 감시장비 운용 최적화 및 운용 요원에 대한 전문성과 숙련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군은 경계 실패 책임을 물어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을 엄중 경고하고,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에 회부할 방침입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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