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지났지만…멀기만 한 가족의 품

2020-06-23 0

70년이 지났지만…멀기만 한 가족의 품

[앵커]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호국 영웅들.

아직 수습하지 못한 유해가 12만여구에 달합니다.

70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분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우리 군은 유해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상률 기자입니다.

[기자]

김해수 씨는 그날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초등학교때 학교 갔다 걸어오면서 (…) 아버지가 그리웠지, 보고싶었지. 집에가면 아버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에 뛰어와보기도 하고 그럼 또 안 계시고"

6.25 당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故 김영인 대원은 68년 만에 아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가장 기쁜 날이었어. 우리 어머니 돌아가시고 찾은게 좀 아쉽다, 욕심이지 그건. 우리 어머니가 평생 남편 그리다 돌아가셨으니까"

고인을 기다렸던 세월은 슬픔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어렸을 적에 가장 힘든게 내 배고픈거였거든. 가난하니까, 가난할 적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지. 어머니가 재가 안하고 아들 4형제를 길쌈 하면서…"

13년 전, 호국 영웅의 귀환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해 발굴.

올해 코로나 여파로 잠시 멈췄던 유해 발굴은 지난 4월 다시 시작됐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강원 인제 상봉에서는 유해 4점이 발견됐고, 당시의 전투 흔적이 남아있던 증거물도 다량 확보했습니다.

"공중폭격에 의해서 전사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 포탄에 맞고 50~100m까지 유해가 산산히 흩어진 그런 경위기 때문에 바위와 바위 틈 사이, 바위 아래에서도 작은 유해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빠이자, 남편이었고 혹은 아들이었던 이들을 찾아 나선 장병들은 각오가 남다릅니다.

"선배 전우들이 70년 전에 이 고지에서 저희를 위해 희생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 같고 앞으로 남아있는 유해발굴 작전동안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찾은 유해는 모두 1만여구지만 147구만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여전히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4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아직 수습되지 않았거나 수습은 됐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까지 합하면 모두 13만여분의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비무장지대 내 유해 발굴은 중단과 재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0년이라는 세월, 남북은 여전히 떨어져 있고 전사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가족들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sr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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