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박종철들과 함께'…박종철 벤치 설치

2020-06-10 1

'오늘의 박종철들과 함께'…박종철 벤치 설치

[앵커]

서울 관악구에는 고(故)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는 벤치가 마련됐습니다.

치열했던 1987년의 박 열사와 마주 앉아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지숙 기자입니다.

[기자]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1987년 1월, 서울대 재학생이었던 고(故) 박종철 열사가 모진 고문 끝에 숨을 거둔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사실을 숨기기 위한 수사기관의 거짓 해명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민주항쟁 33주년인 올해, 서울 관악구 박종철 거리에는 생전 박 열사의 모습을 본뜬 동상과 벤치가 마련됐습니다.

벤치에는 1986년 7월, 박 열사가 구속 상태에서 썼던 편지의 한 구절이 오롯이 새겨졌습니다.

동생의 동상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며, 박 열사의 누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33년 됐는데 매일 매일 보고싶고…"

오랜 세월만큼 희미해지는 기억도 있지만, 오히려 그리움은 커졌다고 박 열사의 형은 말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보고싶고 없는 자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종철이를 기억해내고 만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만나고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박종철 벤치에는 박 열사를 추억하는 이들의 행렬이 종일 이어졌습니다.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알려지고 한 달 뒤 체포됐었다는 대학 후배는 목숨을 빚진 것과 같다며 그를 추모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종철이 형에게 빚져있는…. 뜻을 이어받기 위해 뭘 어떻게 할 것인가, 항상 살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분이죠."

박종철 벤치는 서울대 동문들의 모금과 관악구의 지원으로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제작했습니다.

박종철 거리 일대에는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기념관과 기념 공원도 조성될 예정입니다.

자신을 바쳐 민주주의 꽃을 피웠던 청년 박종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걸음과 함께 민주주의의 역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최지숙입니다. (js173@yna.oc.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Free Traffic Ex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