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좁은 간격을 지날 땐 속도가 확 올라가죠.
고성에 자꾸만 산불이 나는 게 바로 양양과 고성 사이에 부는 빠른 바람, ‘양간지풍’ 탓이었습니다.
알면서도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지 정현우 기자가 짚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흔들립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집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산불의 빠른 확산은 봄철 강원도에 부는 양간지풍 때문이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반도 주위로는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데 특히 양양과 옛 간성인 지금의 고성 사이로 부는 바람을 양간지풍이라고 합니다.
태백산맥을 넘은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상태로 변해 빠르게 동해안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때 작은 산불도 삽시간에 풀무질한 것처럼 번지는 겁니다.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태백산맥 상층의) 좁은 간격을 바람이 넘어가다 보니까 지형적 영향 때문에 바람의 변화가 심하죠. 바람이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처럼 양간지풍으로 인한 대형 산불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성 산불 역시 양간지풍으로 피해가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해 면적이 30분의 1로 줄었고 주불 진화 시간도 사흘에서 12시간으로 단축했습니다.
인력과 장비를 초기에 집중 투입한 덕분이었습니다.
속초, 인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난 지난해와 달리 발화 지점이 고성 한 군데였던 점도 빠른 진화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성군에 강한 바람이 간헐적으로 다시 불고 있어서 소방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양간지풍이 부는 기간 이 지역엔 상시 소방 대기인력을 늘리고
야간 진화가 가능한 헬기 도입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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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기범 박찬기
영상편집 : 김문영